그것은 진학이나 성적의 문제이거나, 좋아하던 여자아이와의 절망적인 거리라거나, 혹은 주전이 될 수 없었던 동아리의 문제같은 것이었습니다.
그 때는 그러한 문제들을 효율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을 몰라서 그저 흘러가는 구름이나 밤하늘을 바라보며 "내 이런 문제들은 세상에선 너무나 작은 일이구나." 라고 생각하면서 필사적으로 자위했습니다.
그 때의 주위 풍경과 분위기를 아직도 확실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 넓은 세상속에 나는 혼자라는 느낌이 든다. 그렇지만 나는 지금 여기에 서 있다." 라는, 그 때의 강렬한 이미지.
"별의 목소리"에는 그 때의 느낌을 강하게 표현하고자 하였습니다.
- 신카이 마코토
※ 주의!! 스토리에 대해 심각한 수준의 언급이 있습니다. 앞으로 이 작품을 보려고 생각하고 계시는 분은 여기서 멈춰 주세요.
휴대전화를 통해 세상을 막연하게 인식하던 중학생 나가미네 미카코. 그런 그녀를 곁에서 바라보는 동급생 테라오 노보루. 같은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같은 동아리에서 활동하고 함께 하교하고 함께 편의점에 가고 함께...... 라는 소소한 행복을 바라던 풋풋한 연인들. 그러나 미카코가 국제연합우주군의 멤버로 선발되는 바람에 이 둘은 중3 여름을 마지막으로 원치 않는 이별을 하게 된다.
입대 사실을 전하는 미카코.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보이는 광경이다(성별은 바뀌었지만).
결국 노보루를 남겨둔 채 우주로 떠난 미카코. 둘은 휴대전화를 이용해 계속 연락을 주고 받지만 미카코가 지구에서 멀어짐에 따라 메일의 전송에 걸리는 시간은 점점 늘어나게 된다. 급기야 미카코가 소속된 "리시테아 함대"가 시리우스를 향해 워프를 하게 되고 이로 인해 둘 사이에는 8년이라는 시간차가 발생하게 된다.
"메일이 도착할 때까지 : 8년 224일 18시간"이라고 적혀 있다. 가긴 가는 건지 의심스러울 정도의 시간.
결국 도착한 것은 단 2줄. 나머지는 모두 노이즈가 되어버렸지만, 노보루는 이것도 기적같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미카코와의 시간이 점점 멀어지는 것을 느끼며 "더욱더 마음을 단단하게, 냉정하게, 강하게 할 것. 절대 열리지도 않을 문을 언제까지나 두드리지 않을 것. 혼자서도 어른이 된다는 것." 을 다짐한 노보루. 그렇게 자신의 시간을 살아가던 노보루였지만 24살의 노보루에게 15살의 미카코로부터 메일이 도착하고 두 연인은 생각한다. "어쩌면, 마음은 시간과 거리를 넘을 수 있는 건지도 몰라." 라고. 그리고, "나는 지금, 여기에 있어."
이 가슴 시린 러브스토리를 더욱 아름답게 만드는 것이 바로 신카이 감독 특유의 감성적인 영상과 텐몬(天門)의 가슴 벅찬 음악들.
특히 텐몬의 음악은 감독 스스로 "이 음악이 없었다면 아주 산만한 작품이 되었을 것" 이라 말할 정도로 작품 내에서 큰 역할을 해내고 있다.
이런 장면이나
이런 장면,
혹은 이런 것도......
정지화상이라 감이 좀 떨어지지만, 영상은 정말 숨막히게 아름답다.
국내에 정식 발매된 DVD에는 예고편 4편과 감독/성우의 인터뷰, 동화 콘티 등이 특전 영상으로 들어 있고 특히 극찬을 받은 감독의 전작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가 통째로 들어 있다. 뭐, 통째라고 해 봐야 5분짜리 영상이지만(3분, 1분짜리 편집본도 들어 있다).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의 한 장면. 세밀하게 그려진 배경과 발로 그린 듯한 고양이의 언밸런스가 매력.
"별의 목소리"를 처음 제작했을 때는 전문 성우를 쓰지 않고 감독과 한 아마츄어 성우(본 직업은 중학교 양호선생님이라고)가 연기를 했고 후에 프로 성우들이 연기한 버전이 제작되었는데, DVD에는 두 버전이 모두 수록되어 있다. 특히 우리말 더빙 버전도 수록되어 있는데 이는 모 애니메이션 전문 채널에서 방송했던 것으로 등장인물의 이름이 우리식으로 개명되어 있고 중간중간 등장하는 간판이나 핸드폰 화면 등도 한글로 고쳐져 있다.
주제가인 "Through The Years Far Away"는 가사 전체가 영어인 노래를, 영어를 못하는 사람이 부른 덕택에 상당히 애매한 분위기가 되어 있다. 역시 아마츄어의 분위기가 물씬 느껴지는 노래이지만, 그래서 오히려 잘 맞는 듯한 느낌.
우리말 더빙 버전은 이렇게 수정되어 있다. 상당히 깔끔하게 수정되어 느낌이 좋다.
참고로 저기 적혀 있는 "미나"라는 이름은 미카코의 한국식 이름. 노보루는 "신우"로 개명되었다.
전체적으로 굉장히 느낌이 좋은 애니메이션이지만 섬세하게 묘사된 배경에 비해 마구 날아가는 인물 작화는 초절 안습=_= 그렇지만, 막상 보고 있으면 그다지 신경쓰지 않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작품 자체의 밀도가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