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리뷰 나부랭이/동우군과 이것저것.

25화. 동우군과 모니터 속의 여자친구

  예전에 캐나다의 한 인디게임 제작자가 조선의 남존여비 사상을 소재로 게임을 만든다고 하여 화제가 된 일이 있었지요. 이번에 이야기할 아날로그: 헤이트 스토리(Analogue: A Hate Story) 말입니다. 그 동안 해 봐야지, 해 봐야지 하고 마음만 먹고 있다가 스팀에 후속작인 헤이트 플러스와 함께 올라와 있는 걸 보고 그냥 질러 버렸어요.


  게임은 꽤 심플합니다. 플레이어는 새주 콜로니 역사학회의 의뢰를 받은 조사원으로, 콜로니 개척을 위해 출발했다가 실종된 후 수천년만에 발견된 통일 한국 우주 연구국뭔가 거창하다의 세대이민선인 무궁화호열차 아닙니다를 조사하게 됩니다. 우주선에 남아 있는 가상인격인 *현애와 *뮤트를 통해 대체 이 우주선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를 밝혀내는 것이 게임의 목적이지요.


  사실 플레이하기 전에 읽어본 몇몇 리뷰들이 대충 '현애짜응, 하앍하앍'으로 수렴하기 때문에(…) 그냥 좀 독특한 러브스토리라고 생각했지만 의외로 이야기는 좀 으스스합니다. 한국인이라면 더욱 절절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네요. 제작자의 본업이 작가인지라 이야기의 구성도 꽤 탄탄한 편. 여기에 번역의 질 또한 굉장한 수준이라…. 사실 게임이 나왔을 때 팬 번역을 지원한 사람이 둘이나 있었는데, 제작자인 크리스틴 러브 씨가 오히려 자비를 들여 프로 번역가와 계약을 해서 진행했다고 하지요. 팬 번역을 지원했던 두 사람이 번역본의 테스터라는 게 함정 


  플레이 시간도 짧고 멀티 엔딩을 위해 반복 플레이를 해도 금방 끝나는 게임이긴 하지만, 스토리 중시형 어드벤처 게임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한 번 즐겨볼 만한 게임입니다.


배경CG는 이 한 장이 전부. 좀 심심한 감은 있지만 가상인격의 표정에 집중하라는 제작자의 배려일지도 모릅니다.


기본적인 게임의 진행은 가상인격이 던져주는 문서를 읽고 그걸 다시 가상인격에게 보여주어 관련된 새 문서를 얻어 내는 방식입니다. 덧붙여 모든 문서는 한문으로 적혀 있으나 가상인격들이 한글로 번역해서 보여준다는 설정이 붙어 있어요. 통일 한국의 우주선이니 한글을 썼을 법도 한데, 어째서인지 한글은 사라지고 모든 기록은 한문으로 남아 있다는 설정.


문서를 읽다 보면 한국인이라도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가 종종 나오지만, 사실 이것은 제작자가 의도한 거라네요. 크리스틴 러브 씨가 번역을 맡은 김지원 씨에게 요구한 사항은 1. 선내 기록이 고어체였으면 좋겠다. 2. 한국인 입장에서도 읽기 어려웠으면 좋겠다. 라고...


간혹 태고 시절의 텍스트 방식 게임 마냥 직접 명령어를 쳐 넣어야 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처음엔 좀 신선하지만 의외로 번거로운 부분. 특히 다른 가상 인격과 이야기하고 싶을 때 말이지요. *현애의 옷을 갈아입힐 때에도


*현애는 터미널의 명령어를 통해 복장을 바꿀 수가 있습니다. 설정에 따르면 코스프레를 좋아한다나 뭐라나…. 가상인격 주제에 덕후라니 *뮤트는 그런 거 없습니다.


*현애는 초반부터 주인공을 좋아한다는 티를 내는데, 간혹 이렇게 말을 바꾸는 경우가 있습니다. 자막이 나오다가 지워지고 다른 대사가 나오지요. 보고 있으면 은근히 귀여워요. 이래서 다들 하앍하앍하는구나


이 엔딩을 보면 뜨는 도전과제가 바로 모니터 속 여자친구. 사실 도전과제의 영문명은 평범한 수준인데 한글 번역 쪽은 센스가 꽤 좋습니다. 망했어요라던가 명탐정 고난이라던가 Aㅐ침데ㄱI라던가….


스크린샷을 올리고 보니 어째선지 죄다 *현애라, *뮤트도 한 장 올려 봤습니다. 제가 *현애를 편애하는 것 같다고 느껴진다면 기분 탓일 겁니다. *현애짜ㅇ….


참고로 현재 스팀에서 헤이트 플러스와 함께 묶인 번들로 구매하면 두 작품의 OST가 덤으로 붙어 나옵니다.

링크는 요기.

한 가지 당부의 말씀. 문서 중에는 근친혼이나 동성애에 관한 내용도 있고, 성적 표현에 있어 꽤 수위가 높은 녀석들도 있습니다. 꼬꼬마 여러분께서는 안타깝지만 성인이 된 뒤에 하시는 걸로….

라고 적어두면 또 이것 때문에 해보려는 꼬맹이들도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