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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나부랭이/동우군과 이것저것.

14화: 동우군과 새턴 이야기(1): 무비카드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하는 이야기지만, 저는 새턴을 참 좋아합니다. 원체 2D 게임을 좋아하기도 했고, 또 그 당시의 세가는 지금과 정 반대의 의미로 죽여줬거든요. 새턴에 대해서는 얽힌 추억도 많고, 그래서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고, 해서 간간히 그 이야기나 좀 풀어볼까 합니다.

  새턴을 가지고 있는 유저들도 별로 신경을 안 쓰는 곳이 바로 새턴 뒷면의 확장 슬롯입니다. 본체 윗부분의 카트릿지 슬롯이야 파워메모리에, 액션리플레이에, 확장 램 카트릿지에, 등등 쓸 일이 많지만 이쪽은 애초에 볼 일이 별로 없거든요. 설계 당시에 뭔가 웅대한 계획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한 때는 이 슬롯을 이용한 업그레이드 킷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루머도 돌았더랬습니다. 물론 루머로 끝났지만.
  결국 이 슬롯을 이용하는 주변기기는 딱 하나. 무비 카드 뿐입니다. 나중에 트윈 오퍼레이터라는 놈도 나왔지만(제가 가지고 있는 건 이 녀석입죠) 이건 그냥 무비 카드 + 포토 오퍼레이터(당시 판매되던 포토CD 재생용)라... 여담으로 같은 날 전자책을 볼 수 있는 전자책 오퍼레이터라는 녀석도 나왔는데, 당시의 전자책 포맷은 소니가 만든 것이었습니다. 세가가 정신줄을 놓았었나 보지요.
  사실 당시에는 VHS포맷의 비디오 테입이 대세였고 화질을 중시한다면 LD쪽이 훨씬 나았으니, 영화(혹은 애니)를 보겠다고 새턴에 이걸 다는 건 미친 짓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비디오CD가 테입보다 나은 점이라고는 늘어나지 않는다는 것 정도였으니까요. 하지만 게임회사들은 이 무비 카드를 보고 조금 다른 생각을 한 모양입니다.
  따지고 보면 새턴은 거의 모든 것을 소프트웨어적으로 처리한다는 조금 희한한 방침을 가진 기계였기 때문에, 아무래도 하드웨어적으로 모션 JPEG을 지원하는 플스에 비해 조악한 동영상을 보여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당시 새턴에서 사용되던 시네팩은 분명 나쁘지 않은 코덱이었지만 역시 새턴 자체의 한계 덕분에 많이 부족한 모습이었고요. 여기에서 그럼 동영상을 무비 카드로 재생하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가 나온 거죠.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결국 무비카드를 지원하는 게임은 20개가 채 안 되는 초라한 모습으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그나마 무비 카드가 반드시 필요한 게임은 '루나 실버스타 스토리 MPEG판' 단 하나. 나머지는 무비 카드가 없어도 전혀 지장이 없는 게임들이었지요. 그 루나도 일반판이 먼저 나왔지. 뭐, 시대를 앞서간 삽질이었다는 점에서는 지극히 세가스러운 주변기기라 하겠습니다. 게다가 나중엔 이 MPEG 코덱을 소프트웨어적으로 처리(역시 새턴!)하는 MPEG sofdec이란 놈도 나와 버려서...
  

이것이 바로 무비 카드. 발매 정가는 19,000엔. 반년 후 새턴 본체가 2만엔이 되었습니다(...).


이 녀석이 트윈 오퍼레이터.


나중엔 비디오CD 재생기능이 기본으로 들어간 Hi새턴이란 놈도 나옵니다. 
실상은 그냥 새턴에 무비카드를 꽂아서 판매한 것.


원래는 동영상이 화면 가운데에 조막만하게 나오지만,


MPEG판은 화면 가득히!! 하지만 그래봐야 이제 플스판과 동등해졌습니다(...).


무비 카드가 있으면 오프닝 영상 고화질이 되는 건그리폰.

  뭐, 무비 카드는 에뮬에서도 아직 지원이 안 되니까 가지고 있어도 손해볼 건 없겠네요. 어차피 이 슬롯엔 달리 꽂을 것도 없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