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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나부랭이/동우군과 이것저것.

10-1화. 동우군과 판타지스타 온라인(1)


  내친 김에 질러보는 포스트. 판타지스타 온라인은 단일 게임으로서는 세가 게임답지 않게 상당히 많은 기종으로 발매가 되었는데 이 버전들에 대해서 좀 떠들어 보겠습니다. 떠드는 순서는 발매일 순.

1. 판타지스타 온라인(드림캐스트)

  드림캐스트로 발매된 최초 버전. 보통 한국에서는 ver.1, 일본에서는 無印으로 칭하는 듯. 콘솔에서는 거의 처음으로 온라인 플레이에 큰 비중을 두고, 거기에 성공까지 한 작품입니다. 배경은 이제까지의 시리즈와는 다르게 '라그올'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행성. '모성의 쇠퇴로 인해 인류는 새로운 거주 행성을 찾게 되고 이에 따라 발견된 행성 라그올에서 테라포밍이 진행되고 있었으나 본격적인 이주가 시작되던 시점에 라그올에서 의문의 폭발이 발생, 총독부의 의뢰에 따라 헌터즈가 조사를 진행하게 된다'...라는 스토리입니다. 아마도 이전 시리즈를 즐기지 않은 유저들을 위한 배려?
  사실 드림캐스트에 모뎀이 기본적으로 장비가 되긴 했지만 33.6k 모뎀이었던지라(북미와 유럽쪽에서는 56k였습니다만) 지금처럼 온라인 플레이에 심하게 기대를 하던 시대는 아니었습니다. 덕분에 요즘 시리즈와는 다르게 '기본은 싱글플레이, 온라인은 덤'이라는 형태가 강하게 만들어져 있지요. 물론 드림캐스트로도 브로드밴드어댑터가 발매되긴 했지만 그렇게 많이 보급된 것도 아니었고요. 다만, 한국에서도 이런저런 꼼수를 통해 온라인 플레이를 즐기는 용자들은 있었습니다. 전화요금은 난 몰라... 기본적으로는 해외 서버에도 접속할 수 있었기 때문에(게임 내에서도 영어와 일본어를 비롯한 5개 국어가 모두 포함되어 있었지요) 해외 유저와의 의사소통을 위한 워드셀렉트 시스템이나 심볼챗 등의 시스템도 눈에 띄는 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심볼챗은 왠지 그림판과 비슷한 용도로 변질된 느낌.
  당연히(?) 온라인을 통한 서브 퀘스트 배포도 있었지만 데이터를 비쥬얼메모리에 저장하는 드림캐스트의 특성상 저장용량이 시망... 그리 대단한 퀘스트는 없었습니다. 그나마 눈에 띄는 것이 '센트럴돔의 재앙'으로 새턴으로 발매된 버닝레인저의 패러디. 버닝레인저의 테마송인 'Burning Angel'을 배경으로(퀘스트를 완료하면 엔딩 테마인 'I Just Smile'로 변경) 무기를 사용해 필드에 붙은 불을 끄고 피해자를 구출하는 것이 목적. 덤으로 이 퀘스트를 통해 레어 마그인 '마크3'(바로 그 게임기)를 얻을 수 있었지요.
  문제는 캐릭터 데이터를 비쥬얼메모리(메모리카드)에 저장하도록 되어 있었는데, 발매 당시에 이미 세이브데이터를 PC로 옮길 수 있는 주변기기가 나와 있었기 때문에 게임이 성공한만큼이나 치팅도 활발했다는 것. 게다가 던전에서 죽으면 장비하고 있던 무기를 떨어뜨리는 덕분에 옆에서 낼롬 주워서 접속 끊고 도망가는 일도 있었고, 이를 노리고 협력 플레이를 위장한 방해 플레이나 심지어 버그를 이용해 플레이어를 직접 공격하는 행위도 있었습니다. 이 문제는 나중에 큐브판에 가서야 대강 해결이 되었지요.
  개인적으로는 헌터(말하자면 전사 계열)의 기본 무기인 세이버의 디자인이 스타워즈의 라이트 세이버를 연상하게 해서 꽤 마음에 들었습니다(분명히 '금속'이라는 설정이건만, 휘두를 때의 효과음은 웅- 하는 소리). 세이버를 든 헌터 옆에 라이플을 들고 선 레인저를 보면 왠지 제다이 나이트 옆의 스톰트루퍼를 보는 기분이랄까요.
  서버 운영은 2007년 4월 1일에 종료. 원래는 3월 31일 23시 59분 종료 예정이었으나 조금 늦어졌다고 하네요(...).

2. 판타지스타 온라인 ver. 2(드림캐스트)

  드림캐스트로 발매된 개량판. 버전이 올라가긴 했지만, 치팅이나 비매너 유저에 대한 대처보다는 레어 아이템과 난이도, 각종 모드의 추가가 주가 된 버전입니다. 한국의 플레이어에게야 이게 더 좋지만. 기본적으로는 ver.1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모습에, 제한적이긴 하지만 ver.1의 플레이어와 함께 플레이하는 것도 가능했습니다. 물론 ver.1을 플레이하던 유저들은 데이터를 계승하여 즐길 수 있었지요.
  배틀 모드의 추가로 드디어 PVP가 가능해졌고, 베리하드 위의 얼티밋 난이도와 여기에서 얻을 수 있는 새로운 아이템들이 플레이어의 욕구를 잘 자극한 모양입니다. 하지만 얼티밋 모드의 난이도는 자비가 없어... 마법사 계열인 포스만이 레벨30까지의 테크닉을 익힐 수 있게 되어 포스 유저들에게 빛이 되기도 했습니다(ver.1에서는 직업 구분없이 레벨15까지).
  비주얼로비(온라인에서 다른 유저들과 만나 파티를 맺기 위한 공간)에 고고볼이라는 미니게임이 추가되어 게임은 뒷전이고 이것만 즐기는 유저들도 꽤 있었습니다. 그럴 거면 피파를 하던가.
  서버는 ver.1과 마찬가지로 2007년 4월 1일에 종료.

3. 판타지스타 온라인(윈도우즈)

  드디어 PC로 넘어온 판타지스타. 기본적으로 드림캐스트판 ver.2의 이식작으로 서버는 드림캐스트와 분리되어 있었습니다. 해외 서버에 접속할 수 있었던 건 동일.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역시 한글판의 발매로, 한국어와 중국어가 추가되어 7개 국어 중 선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원래 한글 자막 역시 세가에서 직접 제작했지만, 국내발매원인 카마에서 번역의 질이 마음에 안 든다며 새로 싹 수정했다는 일화가 있지요.
  기껏 한글판이 발매되긴 했지만 우선 카마에서 그다지 홍보에 열을 올리지도 않았고, 게다가 당시 국내의 트렌드는 '게임을 사면 온라인 플레이가 공짜(블리자드의 배틀넷처럼)'나 '클라이언트 다운로드는 공짜지만 플레이는 유료(이건 지금도 그렇지만)'였기 때문에 '게임도 사야 하고 온라인도 유료'라는 정책은 꽤 불만이 많았습니다. 결국 판매량은 처절한 수준. 보름 동안 1000장 정도를 팔았다던가. 스타크래프트가 백만장 팔리던 시절. 저는 당시 군대에서 12일짜리 휴가를 나와 한달 정액을 지르고 휴가 내내 즐겼던 기억이 있네요. 온라인에 사람은 없었지만...
  아무래도 콘솔 게임의 이식작이다보니 역시 조이패드를 연결해서 즐기는 것이 최선이었고, 조이패드가 없으면 키보드만으로 즐기는 게 더 나았습니다. 마우스는 그저 잉여품. 독특하게 캐릭터 조작에 화살표가 아니라 숫자패드를 이용해서 16방향 이동을 재현해 냈지요(7과 8을 동시에 누르면 좌전방 22.5도로 이동하는 식). 저장매체가 하드디스크인지라 캐릭터도 많이 만들 수 있고(드림캐스트판은 비쥬얼메모리 하나에 캐릭터 하나였지요) 로딩도 대폭 줄긴 했지만, 치팅은 (당연히) 더욱 활발해졌습니다.
  서버는 2004년 1월 1일에 제일 먼저 종료. 4월에 '블루버스트'가 서비스를 개시하는 바람에... 다만 이 버전을 기본으로 한 프리서버들은 아직도 운영 중인 모양입니다.

4. 판타지스타 온라인 에피소드 1&2(게임큐브)

  이번엔 게임큐브로 넘어왔습니다. 무려 게임큐브 유일의 온라인 게임. 모뎀 동봉판이나 브로드밴드어댑터 동봉판이 발매되기도 했었지요. 주문 클릭 잘못해서 비싼 돈 주고 게임큐브용 모뎀을 샀던 아픈 추억이 있습니다. 어쩐지 랜선이 안 들어가더라. 게임큐브용 키보드 컨트롤러가 요때쯤 발매되었는데 키보드 단품이 아니라 키보드 양쪽으로 큐브 컨트롤러가 달려 있는 모델이었습니다. 무겁긴 했지만 판스온을 하기엔 꽤 편했던 물건.
  타이틀에서도 알 수 있듯, 가장 큰 변화는 에피소드2의 추가. 새로운 던전과 새로운 몬스터, 새로운 캐릭터가 추가되었습니다. 캐릭터는 직업별로 하나씩 추가되었는데 모두 여캐. 특히 전 캐릭터 중 명중률이 가장 높은 휴먼 여성이 레인저에 추가되어 사기캐 등극 레인저 유저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았습니다. 게다가 이 레이말(휴먼 여성 레인저)의 핸드건 사격 자세가 윤발이 형 스타일이라, 저는 캐릭터를 바꿔 볼까 하는 진지한 고민을...
  기기의 성능을 살려 오프라인으로 4인 멀티플레이가 가능하게 된 것도 눈에 띄는 부분. (당연히) 화면이 작아지고 던전 탐험 중 혼자 잠깐 마을로 돌아온다거나 하는 건 불가능하게 되었지만 이때만 해도 콘솔로 온라인에 접속하는 게 그리 흔한 상황은 아니었으니까요. 게다가 혼자 여러 캐릭터를 키우는 사람의 경우 캐릭터 간에 아이템을 옮기기가 상당히 편리해졌습니다. 판스온은 첫 시리즈부터 캐릭터를 제작할 때 부여되는 섹션 아이디에 따라 레어 아이템의 획득 확률이 달라지기 때문에(심지어는 특정 아이디에서만 얻을 수 있는 아이템도 존재) 캐릭터를 여럿 키우는 유저가 꽤 있거든요. 이전에는 아이템을 옮기려면 일단 온라인에 접속해서 믿을 만한 사람 하나를 잡아 둘이 방을 만들어 옮기려는 아이템을 바닥에 놓고 다른 캐릭터로 다시 접속해서 줍는 방법을 써야 했는데(즉, 다른 한 사람은 아이템이 사라지지 않도록 방을 유지하는 역할) 번거롭기도 했고 방을 유지하기 위해 포섭한 사람이 아이템을 가로채 사라지는 경우도 종종 있었지요. 그렇다고 찾아가 현피를 뜰 수도 없고.
  에피소드2 파트의 경우 오프라인 퀘스트는 거의 없었지만 스토리에서 꽤 큰 비중을 차지하는 퀘스트를 온라인으로 배포하기도 했습니다. 게임보이어드밴스와의 접속을 통해 미니게임을 즐길 수도 있었지만 큰 의미는 없었던 듯.
  드림캐스트판과 윈도우즈판에서 온라인으로 배포된 퀘스트들이 일부 디스크에 포함된 건 좋았지만 '센트럴돔의 재앙'에서 얻을 수 있었던 레어 마그 '마크3'가 삭제된 건 아쉬웠습니다. 온라인의 기간한정 이벤트로 얻을 수도 있었지만 이젠 그것도 불가능.
  어쨌든 이렇게 대폭 추가된 사항들로 인해 판스온 시리즈의 완전판이 되는 듯 했으나...
  아, 서버는 드림캐스트판과 함께 종료되었습니다.

쓰다보니 너무 길어져서 일단 자르겠습니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