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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나부랭이/동우군과 이것저것.

2화. 동우군과 소닉

 11살 터울이 나는 사촌 동생이 하나 있습니다. 올해 고3이니 이 녀석도 수능을 보겠군요. 하여간 제가 고등학생이던 10여년 전에 이 녀석은 메가드라이브판 소닉 시리즈에 빠져 있었는데 우리집에 올 때마다 새턴판 소닉잼을 가지고 놀아야 했지요. 저 녀석이 태어나면서부터 (뭔가 사고를 칠 때마다) 하는 짓이 제 어릴 적과 똑같다는 이야기를 계속 듣고 있는데, 지금은 저 이상으로 마이너한 취향을 가지게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요즘 세상에 주로 하는 게임이 패밀리, 그것도 해적판 짝퉁 게임들만 하고 있더군요. 그나저나 그렇게 소닉에 미쳐 있던 녀석이 왜 드림캐스트판 소닉 어드벤쳐를 보고는 도망을 갔는지 알 수 없는 일입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소닉이란 녀석은 세가에 있어 큰 상징성을 지니는 캐릭터입니다. 최근에는 나카 유지 씨가 빠지면서 시리즈가 침체되어 있긴 하지만 말이지요. 당연히 새턴으로도 뭔가 하나 나올 것이라 생각했는데 결국은 이 '소닉잼'과 '소닉R', 그리고 '소닉 3D 블래스트 프리키 아일랜드'의 3작품만이 발매되고 끝이었네요.
 소닉잼은 메가드라이브판 소닉 4작품의 모음집이고, 3D 블래스트 역시 메가드라이브판의 이식작, 소닉R은 새턴 오리지널 게임이었지만 그냥 시리즈의 캐릭터를 이용한 레이싱 게임이었으니 결국 정식 후속작은 하나도 없었던 셈입니다.

명색이 마스코트 캐릭터인데, 게임 하나가 없다니요.


 모음집이라고는 해도 볼거리가 꽤 있는 편입니다. '소닉 월드' 모드는 일종의 데이터 베이스로, 3D로 그려진 필드를 돌아다니며 각종 자료들을 보고 들을 수 있는 모드이지요. 몇 가지 과제를 수행하는 타임어택 게임도 즐길 수 있지만 움직이는 재미가 별로인데다 시점 때문에 어지러워서 그다지 의미가 없네요.. 사실 아무리 봐도 닌텐도의 '슈퍼마리오64'를 의식한 부분 같습니다만... 당시에는 이 스타일로 소닉의 후속작이 나오겠구나, 하고 생각했었지만 결국 그 예상은 드림캐스트에 와서야 이루어졌지요. 뭐 기기 성능을 생각하면 역시 새턴으로 소닉의 스피드를 살린 3D 액션 게임은 무리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골백번 고쳐 생각해도 '슈퍼마리오64'의 소닉 버전.


시리즈의 비기를 알려주는 표지판이 필드 곳곳에 숨겨져 있네요.


수행하면 좋은 일이 있는 건 아닙니다.


 수록된 작품은 소닉 더 헤지혹 1-3과 소닉&너클즈의 4작품. 물론 소닉&너클즈의 록온 시스템을 이용한 게임도 가능합니다. 게임 자체는 메가드라이브판의 완벽 이식입니다만, 1편의 경우 스핀대쉬를 사용할 수 있다거나 하는 정도의 어레인지가 가해져 있습니다. 그 외에도 스테이지의 클리어 타임을 겨루는 타임어택 모드라던가 메가드라이브판의 매뉴얼(영어/일본어)을 볼 수 있는 디지털 매뉴얼 등의 요소도 있긴 합니다. 하여간 소닉의 팬이라면 꽤 만족할 만한 게임이긴 하네요.
 덧붙여 어린 유저들을 위해 설명하자면, 록온 시스템이라는 건 소닉&너클즈의 카트릿지에 다른 게임의 카트릿지를 끼워 추가 요소를 즐길 수 있게 한 시스템입니다. 소닉&너클즈의 카트리지 위를 열면 본체와 같은 슬롯이 하나 있는데 여기에 다른 게임을 연결하는 것이지요. 소닉 시리즈 뿐 아니라 다른 게임도 가능하다고는 하는데, 제가 소닉&너클즈를 입수했을 때에는 메가드라이브가 없어 확인을 못 해 봤습니다. 소닉잼에서는 물론 소닉 시리즈와의 연결만 가능하겠지요.

게임 자체는 메가드라이브판과 동일합니다.


소닉&너클즈의 록온 시스템도 당연히 사용할 수 있습니다.


스페셜 스테이지만을 즐길 수 있는 모드도 있습니다.


매뉴얼. 당연히 확대/축소도 가능합니다.


 덧. 의외로 모르는 사람이 많은데 사실 이 게임, 멀티컨트롤러 대응입니다. 3D 필드를 달리는 소닉 월드에서야 당연히 더욱 부드럽게 이동할 수 있고, 게임 내에서도 아날로그 입력으로 이동 속도를 조절하는 게 가능하지요. 물론 그게 의미가 있느냐 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