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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나부랭이/동우군과 이것저것.

20화. 동우군과 시간을 여행하는 돌아이들

  빌과 테드의 엑설런트 어드벤쳐(Bill and Ted's Excellent Adventure). 스티븐 헤릭이 감독을 맡고 키아누 리브스와 알렉스 윈터가 주연이었던, 1989년의 영화지요. 벌써 20년이 넘었네요. 초딩 시절에 본 기억으로는 별 긴장감 없이 가볍게 즐길 수 있었던 코미디 영화였던 것 같습니다.
  영화 얘기를 하려는 건 아니고, 오늘 이야기는 이 영화를 가지고 만든 게임 이야기입니다. 영화가 히트를 친 만큼 게임도 꽤 다양하게 나왔는데, 그 중 도스 버전을 가지고 이야기를 좀 하려구요.
  게임은 원작의 스토리를 그대로 따라갑니다. 빌과 테드는 역사 과목에서 낙제를 피하기 위해 기말 구술시험에서 A+를 받아야 하고, 그런 그들 앞에 루퍼스란 친구가 나타나 공중전화박스처럼 생긴 타임머신을 주고 가네요. 이제 플레이어는 빌과 테드를 조작해서 역사 속의 인물들을 모아 와야 하는 거죠.
  그런데 이 게임, 뭔가 묘하게 삐뚤어져 있습니다. 이 인물들의 모습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도 조금 다르고, 영화에 등장했던 모습과도 조금 다릅니다. 아니, 많이 달라요. 로마를 구하기 위해 바이올린이 필요하다는 네로 황제, 쭉쭉빵빵한 몸매에 화려하게 차려 입은 잔다르크, 엘비스 프레슬리의 포스터를 가지고 있는 베토벤 등등. 그나마 원작 재현이 잘 들어간 사람은 트윙키에 환장하는 칭기스칸 정도군요.
  게임 자체는 그리 나쁘지 않습니다만, 어드벤쳐 게임에 플레이 시간이 짧다는 게 흠입니다. 어차피 게임을 풀어가는 방법이 정해져 있다 보니 익숙해지면 금방 끝나버리거든요. 난이도를 높이면 퍼즐 풀이가 살짝 복잡해지긴 하는데 그래 봐야 거기서 거기. 10분이면 12명 다 모으고 엔딩볼 수 있습니다.
  뭐, 영화를 재미있게 보신 분이라면 한 번 즐겨 봐도 나쁘진 않겠습니다. 전화번호를 다 안다면 말이지요.
 

조금 80년대스러운 설정화면


무려 실사 화면입니다. 화질은 개판이지만.
구술시험에서 A+를 못 받으면 낙제라고 협박하는 라이언 선생님.


루퍼스는 실사 화면으로도 모자라 음성지원까지! 음질은 개판이지만.


영화에서처럼, 연도를 전화기에 입력하면 이동하게 됩니다.


시간축을 이동하는 장면도 멋지게 재현(비명 포함).


영화와 달리 직접 데려와야 하는 나폴레옹.
이렇게 액션파트가 존재하는 인물은 그냥 만나면 바로 데려올 수 있습니다.


영화에서의 모습과는 많이 다른 잔다르크.
뭐 제작자부터가 Hot Chick이라 말하고 있으니까요(...).


앙투아네트 왕비를 구하러 간 바스티유 감옥에서 만나는 미로+잠입액션
여담이지만 바스티유 감옥에는 케익을 드세요라는 간판도 붙어 있습니다(...).
앙투아네트 왕비의 명예를 위해 말하자면, 케익 관련 발언은 혁명파의 왜곡이라는 설이 대세지요.


어째서인지 자신이 상담 의자에 누워 있는 프로이트.
옆에서 엄마가 뭘 계속 던지고 있습니다.


별 특별할 것이 없어 보이는 링컨이지만, 관찰력이 좋은 분이라면 가는 길에서 뭔가 하나 찾아낼 듯...


아인슈타인쯤 되는 사람이 계산기가 없어서 저러고 있다니.
참고로 계산기는 선사시대(혹은 빙하기)에서 얻을 수 있습니다(...).


영화에서처럼 사기치다 걸려서 곤란해진 빌리.
사기를 친 건 빌리인데 왜 플레이어가 싸워야 하는 거죠?


나보다 지혜로운 사람은 대체 누구인가? 라고 묻고 있는 소크라테스(...).
원래 질문은 '가장 지혜로운 사람은 누구인가?'였고 델포이 신전의 신탁에서 나온 답이 바로 '소크라테스'였지요.



소크라테스의 질문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델포이 신전으로 가는 길.
판정이 조금 지랄맞아서 저렇게 길 한복판에서도 빠져 죽고 합니다.


엘비스의 팬인 듯한 베토벤.
영화에선 '엘리제를 위하여'를 연주하다 잡혀가지만
여기에선 (사운드로 보아) 운명 교향곡을 작곡하는 중인 듯. 연도가 안 맞는데?


로마가 불타고 있는데 바이올린을 켜고 있는 네로.
하긴 불구경이 제일 잼나긴 하다만


그리라는 그림은 안 그리고 담배만 태우고 있는 미켈란젤로.


지역은 분명히 Outer Mongolia인데 어째 배경이...


빌의 새엄마인 미씨. 영화에선 이뻤는데 왜...


어쨌든 사람을 모아 시험을 치르는 빌과 테드.
근데 그냥 사람 소개만 하고 끝납니다.


그리고 굉장히 불만스런 표정으로 A+를 주는 선생님.


결국 밴드 결성은 성공(더불어 공주님들도). 이제 미래 세계도 안심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