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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나부랭이/동우군과 이것저것.

6화. 동우군과 싹독싹독 뎅강뎅강

이 포스트에는 꼬꼬마 여러분께 영 좋지 않은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때는 1993년, 이제 막 까까머리 중학생이 된 소년이 오락실을 찾았습니다. 소년의 눈에 들어온 것은 그날 가동을 시작한 신작 격투게임. 뼛속까지 스파 빠돌이였던 소년은 그냥 무시하고 지나치려 했지만 그 게임에는 특이한 점이 있었습니다. 바로 칼싸움이었지요. 흥미를 느낀 소년은 다른 갤러리들과 함께 관전을 시작했습니다. 이윽고 승부가 나는 순간, 소년의 눈에 비친 것은 패자의 가슴에서 솟구쳐 오르는......

 ...우윳빛 핏줄기였습니다. (읭?)

흔히 하는 농담으로 '이차돈의 재래'
 
 이 문제에 대해 당시의 게임 잡지 등에서는 얼토당토않은(?) 국내의 심의 기준을 성토하는 목소리도 높았지만, 사실 이것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일본판을 제외한 모든 해외 버전(일본기준으로)의 문제였습니다. 뭐, 사무라이 시리즈만 그랬던 것도 아니고 캡콤의 뱀파이어 시리즈 등도 일본판이 아니면 우윳빛 피를 뿌리는 외계인들이 등장했었지요. 어쨌건 이 사망 연출은 시리즈의 중요한 특징으로 자리잡았고, 이것은 지금부터 썰을 풀 시리즈 4편 '사무라이 스피릿츠 아마쿠사 강림'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실은 '제로 스페셜'을 소재로 할 생각이었는데, 그랬다가는 정말 도를 넘어버릴 것 같아서 포기했습니다.

국내에서는 '패왕전설'이라는 미묘한 타이틀로 등장했던 작품

 전작이 너무 과한 변화를 꾀하다가 'SNK 3탄 필망설'의 성립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반면, '아마쿠사 강림'은 지금까지도 시리즈 최고의 작품으로 꼽힐 정도의 완성도를 보여주는 작품이지요. 개인적으로도 제일 좋아하는 작품이구요. 툭 하면 두 자리수로 올라가는 히트수 덕분에 가볍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지만, 반면에 강베기의 묵직한 느낌 역시 잘 살아 있습니다.
 특히 전작들에 비해 과도해진 출혈 묘사가 돋보이는데, 이 때문에 '베기'의 느낌이 더욱 살아나고 있지요. 이 작품에서 추가된 시스템 중 하나인 '일섬(一閃)'의 연출은 보는 이로 하여금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달까요, 거짓말 살짝 보태면 거의 예술의 경지에 이르러 있습니다.

강베기만으로도 쇼크사할 기세

물론 국내판은 화면 가득히 우유가... ㅇ_ㅇ

 사망 연출은 역시 시리즈 전통의 동체 절단과 동맥 절단이지만, 근접전에서 피니쉬가 날 경우 승자가 피를 뒤집어 쓰는 연출이 추가되었습니다.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동우군과 친구A는 일본판을 플레이하기 위해 시내까지 원정을 나가는 경우가 잦았는데,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이 장면을 보고 충격을 받았던 추억이 있습니다.

뿜거나

잘리거나

하지만 순결한 나코 언니에겐 피가 묻지 않습니다(...).

 특히 이 '아마쿠사 강림'에는 단말오의 시스템이라고 해서 대놓고 사람 죽이는 시스템이 탑재되어 화제가 되었지요. 특정 조건을 만족시킨 상태에서 승리할 경우 화면에 표시되는 커맨드를 입력하면 캐릭터 고유의 기술로 상대를 죽여버리는 시스템입니다. 예를 들자면...

세로로 자르거나

가로로 자르거나

박살을 내거나

대자연의 사랑을 실천하는 나코 언니는 죽이는지 마는지 애매한 수준

하지만 그 동생분은 자비가 없습니다

 제작자의 배려인지 나코루루와 리무루루 자매에게는 아무런 사망 연출이 없고 심지어 단말오의조차 적용되지 않습니다. 조건을 만족시켜도 발동하지 않지요. 소게츠와 카즈키 형제의 경우, 카즈키가 소게츠에게 단말오의를 넣어도 시체가 파괴되지 않습니다(카즈키의 단말오의 연출은 상반신 폭파). 하지만 형님의 위엄이랄까, 소게츠는 아우를 깔끔하게 갈라 주시는군요.

 어쨌든 이 사망 연출은 '제로 스페셜'에서 정점을 찍지만 사세보에서 발생한 초등학교 여학생의 동급생 살해 사건을 계기로 폐지되어, 당장 '제로 스페셜'의 가정용 버전에선 절단 연출이 삭제되고 플스2판 '제로' 역시 몇몇 연출이 수정되고 급기야 후속작인 '천하제일 검객전'에서는 아예 피도 튀지 않는 소울캘리버식 칼싸움이 도입되어 많은 팬들에게 실망을 안겨 주었지요. 뭐, 게임은 재밌게 했지만 손이 잘 안 간다고 할까요. 게다가 제가 구입한 건 시리즈 모음집인 '6번의 승부'라, 아무래도 아마쿠사 강림을 더 즐기게 되더군요.

덧말.
 '제로'의 공식 타이틀은 '사무라이 스피릿츠 영(零)'이지만 편의상 '제로'로 썼습니다(그냥 영이라 하면 왠지 허하잖아요).

덧말2.
 가정용 '제로 스페셜'의 미수정 버전(게임에 몇 가지 버그가 있어 카트릿지를 SNK로 보내면 수정을 해 줬다고 하는군요)은 데이터 개조를 통해 아케이드판과 동일하게 다양한 사망 체험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제로 스페셜' 자체가 네오지오 카트릿지 판 이외에는 이식이 된 적 없어서 중고가도 높은 수준으로 형성되고 있는데, 수량이 적은 미수정 버전의 가격은 이미 4차원 세계.

일본 야후 옥션에 출품된 미수정 버전. 지금 환율이면 100만원이 약간 안 되는 금액이군요. ㅇ_ㅇ

덧말3.
 얼마 전 국내에도 발매된 '사무라이 스피릿츠 섬'. 국내판의 타이틀은 '사무라이 쇼다운 센'이라는 요상한 제목이 되었는데 북미판 타이틀인 쇼다운을 쓴 건 그렇다쳐도 섬(閃)을 일본 발음인 '센'으로 쓴 것은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처사입니다. 중요한 건 이게 아니고, 이 '섬'에서는 3D 그래픽이 보우하사 각종 부위절단 시스템이 도입되었다고 해서(게다가 나코 자매 역시 뭉텅뭉텅 썰려나간다고 하더군요) 관심이 살짝 있었는데 게임 자체의 평가가 막나가는 데다, 무삭제판이라는 국내판도 엑박 본체가 일판이면 절단 연출이 삭제된다고 해서 그냥 말았습니다. 파판11 때문에 어렵게(?) 일본판 엑박을 구했는데 이게 발목을 잡는군요. 그냥 인터넷에서 얻은 맛보기 스샷 한장만 소개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