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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나부랭이/동우군과 이것저것.

3화. 동우군과 좀비와 수박

이 포스트에는 폭력적이거나 그로테스크한 장면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저는 공포영화를 잘 보지 않습니다. 무서운 건 싫어하거든요. 어릴 적, 전설의 고향을 볼 때에는 중요한 장면마다 이불을 뒤집어 쓴 후 동생에게 어떻게 되었냐고 물어서, 옆에서 주무시던 할머니께 항상 혼나고는 했었네요.
 게임을 할 때도 마찬가지여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게임들은 그리 좋아하질 않아요. 지금에야 어디서 뭐가 등장하는지도 다 외고 있으니 별로 두려울 게 없지만 처음 플레이할 때에는 심장 소리가 귀에 들릴 정도였지요. 바이오해저드를 처음 플레이하던 그 날은, 부모님이 서울에 가시고 동생은 외갓집으로 가서 집에 혼자 있던 날이었습니다. 간도 작은 주제에 온 집안의 불을 끄고 플레이하다가 1층 복도에서 강아지가 창문을 깨고 들어오던 그 순간, 방문이 쾅! 하며 닫히는 바람에 너무나도 놀란 나머지 게임 오버가 될 때까지 아무 것도 못하고 있었던 기억이 나는군요.


 바이오해저드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대개 비슷한 과정을 밟는 것이 퍽 재미있습니다. 처음에는 신음 소리만 들려도 깜짝, 창문에 금이 가도 깜짝, 심지어는 자신이 연 문이 닫히는 소리에도 깜짝깜짝 놀라던 사람들이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싶으면 여지없이 대량살상병기로 돌변하거든요.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 한다고 방금 전까지만 해도 좀비를 보며 '오지 마! 저리 가!'를 외치던 사람들이 샷건을 손에 들고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인다' 하고 있는 걸 보면 'ㅋㅋㅋ 역시 인간은 재미있어...'

사실 엄브렐러가 만들려고 했던 것은 이런 인간병기였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


 좀비를 학살하는 방법이야 매우 다양하겠지요. 가끔씩 터지는 헤드크리티컬(수박 깨기)을 위해 핸드건을 난사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일단 넘어뜨린 후 반격 받지 않는 위치에서 나이프로 긁어 죽이거나, 혹은 넘어져 있는 좀비에게 일부러 물린 후 사커볼킥을 날리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특히 수박 깨기가 터지면 무척 상쾌한 효과음이 나기 때문에 아까워하면서도 매그넘(100에 99는 수박 깨기)을 좀비에게 쓰는 경우도 많이 있었지요. 디렉터즈컷에서는 아예 특전무기로 무한 매그넘이 등장하기 때문에 부담이 덜해지긴 했습니다만...

퍽! 하는 효과음이 대박.


상대 다운 중 ↘K(거짓말)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학살이라면 샷건이지요. 거리가 멀어지면 위력이 떨어진다는 단점은 있지만 1:다수의 싸움에서도 밀리지 않는 범위공격이 매력입니다. 샷건도 위쪽을 겨냥하고 쏘면 수박 깨기가 뜨는 경우가 있는데 거리가 가까우면 가까울 수록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아슬아슬한 맛을 즐기기엔 이만한 게 없어요. 특히 떼거지로 몰려든 좀비들에게 몽땅 수박 깨기가 떠서 우르르 쓰러질 때의 느낌은 최고. 2편의 경우 레온으로 처음 시작하면 초반의 무기점 주인아저씨가 들고 있던 샷건을 챙길 수 있는데, 학교에서 플레이하던 친구 녀석이 주인아저씨를 뜯어먹던 좀비들을 한 번에 쓸어버리자 교실에 환호성이 울려 퍼졌던 것이 기억나는군요.

바로 이 장면입죠.


 4편부터는 숄더뷰 시점을 채용하는 바람에 약점을 노리기 쉬운 시스템이 되었지만, 어째서인지 적을 쓸어버리는 맛이 예전만 못해 아쉽습니다. 게다가 잔혹 표현 규제 때문에 수박 깨기도 사라지고... 캡콤에서 예전의 시스템으로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 주면 좋겠지만, 요즘 세상에 그건 어렵겠지요.

분명 호쾌하긴 한데, 예전의 그 맛이 아니네요.


 여담이지만 1편에서 샷건을 얻을 때 '이건 함정이지롱' 하는 연출이 있는데, 저는 여기에서 '누가 속을 줄 알고? ㅋㅋㅋ 역시 난 천재' 라고 했다가 바보 취급 당한 일이 있습니다. ㅇ_ㅇ

캐릭터가 질이라면, 어지간하면 그냥 배째고 가는 함정.


 덤. 오리지널 1편의 오프닝 영상. 배우들의 혼이 담긴(...) 연기와 뛰어난(;;;) 특수효과가 포인트입니다. 특히 여유가 넘쳐 보이는 'No!! Don't go!!!!'가 압권. 원래는 리버스의 오프닝을 올릴 때 같이 올리려 했는데 이제야 올려 보네요. 귀찮기도 하고, 또 내용이 리버스판과 동일하기도 해서 자막은 관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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